소유권 분쟁(261004)

2026. 10. 9. 17:21·주일말씀나눔

함께 읽은 말씀
이사야 5:1-7 / 마태복음 21:33-46 / 빌립보서 3:4-11

 

우리집교회의 예배는 한 사람의 설교가 아니라 함께 말씀을 읽고 나누는 이야기들로 구성됩니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하나님의 도구가 되어 말씀을 전합니다

 

마태복음에서 예수님은 포도원 비유를 말씀하십니다. 비유 속에서 주인은 포도원을 일구고 포도주 틀을 만들고 망대를 세웠습니다. 그런데 포도원을 위임받은 소작인들이 소출을 받으러 온 주인의 종들을 죽이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그들은 주인의 아들까지도 죽이고 그 유산을 차지하자고 작당을 합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들의 생각은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아들을 죽인다고 주인의 유산이 자신들의 것이 되지는 않을텐데 말입니다. 주인과 소작인 사이에 어처구니 없는 소유권 분쟁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도대체 무엇이 그들을 이렇게 잔인할 수 있게 만들었을까요? 자신에게 맡겨진 그 포도원이 마치 자기 것인 것처럼 여겼던 착각, 자기 것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여겼던 욕망이 그들로 하여금 주인의 아들까지 죽이는 범죄를 저지르게 한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있던 대제사장들과 백성의 장로들은 이것이 자신들을 향한 말씀임을 단번에 알아들었다고 성경은 말합니다.

 

이사야에도 똑같은 포도원의 비유가 등장합니다. 포도원을 만들고 좋은 포도나무를 심은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여기서는 앞선 복음서에 등장했던 포도원을 일구고, 포도주 틀을 만들고, 망대를 세웠다는 똑같은 표현들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열린 열매는 좋은 포도가 아니라 들포도입니다. 여기서 들포도가 맺혔다는 말은 그저 ‘덜 좋은’ 포도가 열렸다는 말이 아닙니다.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포도가 열렸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어지는 주인의 행동이 당연히 따라오게 되는 것입니다. 그냥 둘 수 없는 상황입니다. 복음서의 비유가 바로 이사야 말씀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복음서의 이야기와 연결해서 생각해볼 때, 이스라엘이 누리고 있던 포도원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 맡겨진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마치 자신들의 소유인 양 여기고 또 그렇게 만들기 위해 포학을 일삼는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시며 하나님은 그들이 썩어서 냄새가 나는 들포도를 맺었다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그런 이들로부터 포도원을 빼앗아 ‘열매 맺는 다른 민족’에게 주시겠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그 선두에 섰던 이가 바로 바울입니다.

 

빌립보서에서 바울은 자신의 이력을 나열하면서 이스라엘 사람으로서의 자랑거리들을 늘어놓습니다. 하지만 곧 그는 그 모든 것을 ‘해로 여긴다’고 고백합니다. 당시 이스라엘은 로마제국의 지배를 받고 있던 식민지였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스라엘을 지탱하고 있던 것은 성전을 중심으로 한 율법적 자민족 중심주의였습니다. 하나님의 택함 받은 백성인 이스라엘의 정체성을 그만큼 중요하게 여겨졌던 것입니다. 그런데 바울은 그 민족성의 자랑거리들을 ‘해로 여긴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지요. 만약 일제시대에 어떤 한국인이 ‘나는 이씨 왕가의 한 사람이고, 양반집안이고, 조선인 중에 조선인이다, 그런데 이 모든 걸 내가 해로 여긴다’고 했다면 그 말이 어떻게 들렸을까요? 물론 바울이 ‘해로 여긴다’고 할 때 자신의 국적을 버리고 다른 국적을 취득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조선인의 정체성을 버리고 황국 신민으로 살아가겠다는 뜻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가 말하는 해로 여긴다는 것은 버리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행동여부를 촉구하는 말이기보다는 내가 당연시 여기면서 누려왔던 것들에 대한 성찰에 가깝습니다. 어쩌면 당연하게 누리고 있던 것들, 누려도 아무런 문제될 것 없던 것들이 그리스도라는 존재를 마주하고 다른 민족을 향한 자신의 사명을 깨달은 후 전부 가치없는 것, 해로운 것처럼 여겨졌다는 말입니다.

 

오늘 우리는 무엇을 해로 여기고 있나요? 돈, 시간, 이런 것의 소유권으로 하나님과 옥신각신하고 있지 않나요? 우리는 이 소유권 분쟁의 범위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상상해봐야 합니다. 바울은 자신의 민족적 정체성까지도 해로 여긴다고 말합니다. 돈이나 시간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 내가 남자 혹은 여자라는 것, 내가 누군가의 자녀, 부모, 배우자라는 것 같은 것도 이 소유권 분쟁의 대상이 된다는 것입니다. 어떤 것들은 우리에게 너무 당연하고 자연스러워서 이것들이 소유권 분쟁의 대상인지 미처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애초에 내 것이 아님에도 마치 내 것인 양, 내 것이 될 수 있는 양, 주인과 싸웠던 소작인들처럼 말입니다. 우리는 내 삶의 모든 부분을 향해서 이렇게 외칠 수 있어야 합니다. “내가 그것을 해로 여긴다”, “그것의 주인은 내가 아니다”.

 

얼마 전 아내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서로를 위해 양보하는 것’에 대해서 말하다가 그렇게 다 양보하면 어떻게 ‘나’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 고민했던 적이 있습니다. 우리가 하나님께 무언가를 내려놓고 포기하고 하다보면 결국 ‘나’라는 것은 없어지고 끝나는 것일까요? 맞습니다. 그리스도가 살고 내가 죽어야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아닙니다. 사랑은 상대방을 위해 나를 포기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사랑하는 그 사람의 모습을 지켜주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제 아내는 저를 위해서 자신이 좋아하고 익숙한 것을 포기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저는 제가 사랑하는 제 아내의 모습을 지켜주고자 저의 편리함을 내려놓습니다. 제 아내가 저를 위해 헌신하느라 내가 사랑했던 모습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저도 아내를 위해 헌신합니다. 이처럼 하나님 앞에서 나의 나됨을 지켜주는 것은 ‘나의 노력’이 아니라 ‘나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자비’ 입니다. 그 사랑을 신뢰하고 그 자비를 의지하기에 우리는 십자가 앞에서 나를 죽일 수 있는 것입니다. 그와 함께 죽고 그와 함께 살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참된 모퉁이 돌 되시는 그리스도 앞에 우리를 내어 던져 깨뜨릴 줄 알아야 합니다. 심지어 ‘나’이고 싶은 마음까지도 말입니다.

 

내가 그것을 나의 것으로 여기며 지키려 할 때 우리는 비유 속 소작인들처럼 승산없는 소유권 분쟁에 휘말리게 됩니다. 우리는 절대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없습니다. 애초에 내가 나의 것이라 여기는 모든 것을 주신 분이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은 모든 것을 해로 여길 수 있는 그 하나, 그리스도라는 참된 주인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분의 자비에 나를 내어 맡기는 것입니다. 내가 지키려 아등바등하는 ‘나’를 참된 ‘나’ 되게 하시는 그분께 우리의 소유권을 넘겨 드리는 것입니다.

깊은 묵상을 위한 질문
Q1. 내가 ‘내 것’이라고 가장 강하게 느끼는 것은 무엇인가요?



Q2. 나를 내려놓는 것과 나다움을 잃어버리는 것은 어떻게 다를까요?


Q3. 이번 한 주, 하나님께 소유권을 돌려드리고 싶은 한 가지는 무엇인가요?


자신이 생각하는 답을 댓글로 달아주세요. 질문 등을 남겨주시면 답해드립니다.

 

함께 부른 찬양

내가 주인 삼은(다리놓는사람들)

https://www.youtube.com/watch?v=1Aefdv1j4j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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