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시대에 '믿음'이라는 말을 들으면 뭔가 현실과는 동떨어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뭔가 신비한 것을 숭배하는 사람처럼 여겨지지요. 굳이 나랑 관계 없고, 써먹을 데도 없는... 그런 것이 요즘 세상이 생각하는 '믿음'이라는 것입니다. 사실 이런 생각은 이미 교회를 다니시는 분들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교회를 오래 다녔다고 해도 '믿음'이라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보다 많이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교회에서의 모습과 삶에서의 모습이 굉장히 다른 경우들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믿음'이라는 말은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는 의미와 크게 다르지 않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일상과 크게 동떨어지지 않은 표현입니다. 흔히 우리는 '신용 사회'를 살아간다고 말하지요. 이제부터 우리가 말하려는 '믿음'이란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신용'이라는 말과 거의 같은 뜻입니다.
우리는 돈이라는 실물이 '특정한 가치'를 가지고 사람들 사이에서 통용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돈은 그렇게 움직이지 않습니다. 돈은 실물로서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라 10,000이라고 쓰여있고 이러이러한 그림이 들어간 녹색종이를 '1만원'이라는 가치로 여기자는 상호간의 약속과 그에 대한 '믿음' 위에서 거래되는 것입니다. 실물의 가치가 아니라 가상의 가치를 '믿기 때문에' 시스템이 돌아가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은행 역시 우리의 돈을 실물로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좋은 영상이 있으니 보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돈이라는 가상의 가치는 실물과는 다른 규모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운영됩니다. 우리 사회는 그것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믿음', 그것을 갚을 것이라는 '믿음'에 의존해서 돌아가는 시스템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신용 거래'라고 말합니다.
이 외에도 우리 일상에는 많은 '믿음'들이 있습니다. 아파트로 이사할 때 무너질지 아닐지를 직접 확인하고 검사한 후에 입주하시나요? 아니지요. '신뢰'할만한 곳에서 검사를 완료했다고 하면 그것을 '믿고' 입주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 '믿음'에는 여러가지 증거나 근거가 있을 것이고 잘못된 판단을 상쇄시키는 제도적 보완장치도 있겠지만, 그 근본적인 판단이 타인에 대한 '신뢰'가 기반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식당에서 나오는 음식의 대장균 수치를 매번 직접 검사하지 않는 것, 길을 걸을 때 한사람 한사람 신원조회를 하면서 걷지 않는 이유, 모든 것이 국가 혹은 타인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모든 것을 직접 판단하고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내가 미처 확인할 수 없는 것들에 있어서 전문가, 기관의 말을 믿고 생활합니다. 그리고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미친 짓을 해서 나를 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아무렇지 않게 길거리를 걷는 것입니다.
모든 인간은 신뢰를 기반으로 살아갑니다. 그리고 모든 문제는 이런 신뢰가 깨어졌을 때 나타납니다.
삶의 모든 문제는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에 일어납니다. 사람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을 때, 사회와 국가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을 때, 우리의 삶도 함께 무너지게 됩니다. 건물 붕괴 사고를 겪은 사람이라면 아파트에 안심하고 살 수 있을까요? 길을 걷다가 처음보는 사람에게 칼에 찔리는 경험을 해본 사람이라면 그 후에 안심하고 길을 걸을 수 있을까요? 우리 삶의 문제들, 걱정, 근심, 슬픔과 고통 역시 무너진 신뢰와 관련이 있습니다.
믿음을 갖는다는 것은 이렇게 일상생활에 기반이 되는 '믿음'이라는 전제를 바꾸는 것입니다. 우리는 현대 사회에서 ‘믿는다’는 말에 씌워져 있는 오해들을 먼저 벗겨 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믿음’이라는 것이 종교에 대해서 말할 때나 쓰는 것이고 우리의 일상생활과는 관계 없는 말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믿음’에 대한 오해입니다. 성경이 말하는 ‘믿음’이란 앞서 우리가 이야기했던 ‘신뢰’에 가깝습니다. Believe이기 이전에 Trust인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앙을 갖는다’는 것은 특별한 종교에 가입하고 어떤 사상에 동의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삶 뒷편에서 작동하는 보이지 않는 힘이 무엇인지를 알고 신뢰하는 대상을 바꾸는 것입니다. 우리가 떠나려는 여행은 낯선 길이 아닙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그 길을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보려 하는 것입니다.
함께 이야기 나눠볼 내용
Q1. 평소 생각했던 '믿음'은 어떤 것이었는지 이야기해봅시다.
Q2. 우리 삶 속에 작용하고 있는 '믿음'의 다른 예들을 생각해보고 나눠봅시다.
Q3. '믿음'(Believe)와 '신뢰'(Trust)의 차이에 대해서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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