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교회의 예배는 한 사람의 설교가 아니라 함께 말씀을 읽고 나누는 이야기들로 구성됩니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하나님의 도구가 되어 말씀을 전합니다.
갑작스러운 비상계엄으로 인해 우리의 당연한 일상이 강탈당한 지난 한 주였습니다. 밤 새도록 나라의 운명을 걱정해야 했고, 탄핵이 부결되는 과정들을 지켜보면서 ‘정의가 이토록 나약하구나’ 생각했던 날들이었습니다. 아직 불법적인 내란은 정리되지 않았고,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시간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어둠의 시간을 우리는 어떻게 살아내야 할까요?
예레미야가 이 예언을 하고 있는 상황도 예언의 말씀처럼 희망적이지 않았습니다. 그들을 나라를 빼앗기고 예루살렘은 무너졌습니다. 그렇게 수백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누가복음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들의 나라는 로마의 권력에 침탈당하고 종교지도자들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우리가 대림절을 통해서 기억하는 첫번째 그리스도의 오심은 바로 이런 역사의 흐름 속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하나님께서는 모든 사람이 그분을 알게 될 것이고(렘31:34), 그분을 보게 될 것이라고(눅3:6)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의 함께하심을 증거하는 성전이 무너지고, 하나님의 다스림을 실현할 왕이 상실된 시대 속에서 하나님은 여전히 당신의 나라를 세워나갈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바로 각 사람의 마음 가운데 세우실 새로운 율법을 통해서입니다.(렘31:33) 이 율법은 이전과 같은 또 하나의 율법이 아닙니다. 신랑되신 하나님을 거부했던 이스라엘의 불순종을 극복하는 하나님의 열심인 것입니다.
예레미야의 예언은 신포도의 비유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신포도를 먹었더니 아들의 이가 시더라는 속담을 거부하며 예레미야는 신포도를 먹은 그 사람만 이가 시릴 것이라 말합니다. 이는 각기 자기 죄악으로만 심판을 받게 될 회복된 이스라엘에 대한 것입니다(렘 31:30). 각 사람 마음에 심으실 율법의 약속은 바로 이 비유와 선언의 문맥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집단이 아닌 개인에서부터 당신의 나라를 시작하실 것이라는 것. 그 어둠의 역사 속에서 ‘너’에 대해서 물으실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은 이처럼 새로운 율법을 세우시는 하나님의 역사입니다. 그분은 우리 모두가 어떤 권위에도 의존하지 않고 하나님을 알 수 있고, 그분을 볼 수 있게 하기 위해 자신을 내어주셨습니다.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고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역사 속에서 바로 ‘나’로부터 다시 당신의 역사를 완성해 나가실 거라고 말씀하십니다. 어둠의 역사를 밝히는 희망의 빛은 바로 지금의 ‘나’로부터 밝혀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우리 안에 시작하신 당신의 나라를 그리스도 예수의 날까지 완성해 가실 것입니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는 기자 간담회에서 현 시국을 바라보며 “희망이 있을 거라고 희망하는 것도 '희망'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나 생각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적어도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그보다는 더 큰 희망의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우리가 오늘도 기다리고 있는 그분의 나라와 이미 우리에게 보여주신 그 십자가를 통해 증거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의 삶에 ‘정의의 열매(빌1:11)’가 맺어지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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