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 아니면(250504)

2025. 5. 10. 00:14·주일말씀나눔

함께 읽은 말씀
시편 30편 1-12절
누가복음 5장 1-11절
요한계시록 3장 14-22절

 

우리집교회의 예배는 한 사람의 설교가 아니라 함께 말씀을 읽고 나누는 이야기들로 구성됩니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하나님의 도구가 되어 말씀을 전합니다. 

 

sight and sound라는 시어터는 절기가 되면 뮤지컬 한편을 무료로 스트리밍 해줍니다. 그 규모가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정도라서 보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이번 부활절에는 예수님의 이야기를 스트리밍 했는데 베드로를 부르시는 장면에서 그를 일에 몰두하느라 가족을 내팽겨친 인물로 묘사합니다. 그 이유일까요? 복음서에서 시몬의 장모를 고쳐주러 그의 집에 들어가셨을 때 시몬의 집이지만 정작 시몬은 언급되지 않습니다. 장모님이 편찮으신데 그는 그 자리에 없습니다. 그런 그를 어디서 만나게 될까요? 바로 바닷가입니다. 그는 밤새도록 그물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베드로는 가족을 버려두고서라도 밤을 새서 일하는 게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예수를 만났을 때 그는 자신이 노력하던 모든 것이 아무 의미 없음을 깨닫습니다. “나는 죄인입니다”라는 고백은 이렇게 내가 아무 것도 아님을 직시할 때 드릴 수 있는 고백입니다. 그렇게 베드로는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를 따라 나섭니다.(11절)

 

시편 30편에는 [성전봉헌가]라는 제목이 붙어 있습니다. 히브리어 성경은 이 제목이 1절로 되어 있으니 우리가 이 시편을 이해할 때 결코 소홀히 여겨서는 안 되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시편 30편 본문에는 정작 성전과 관련된 내용이 하나도 나오지 않습니다. 이 시편은 다윗이 자신의 어려운 처지로부터 구원받은 감사를 담은 시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훗날 그리스의 침략으로 성전이 더럽혀졌던 이스라엘의 경험과 연결점을 갖게 됩니다. 그렇게 잃어버렸던 성전 예배를 다시 회복한 후 하나님께 성전을 봉헌했던 절기가 하누카입니다. 바벨론 포로에서 돌아온 후 이스라엘은 스스로 더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여겼던 것 같습니다.(6절) 하지만 이것은 스스로에 대한 오판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잃어버렸을 때 그들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맙니다.(7절) 하나님의 은혜가 사라진 시간 앞에서 이스라엘은 스스로가 한줌 티끌일 뿐임을 깨달았습니다.(9절) 기쁨의 춤은 자신의 비참함을 깨닫고 하나님께 울부짖었을 때 삶을 회복시키시는 하나님의 은혜에 근거한 춤이었습니다.

 

요한계시록 3장의 라오디게아교회는 스스로 부자라고 생각했지만 그들의 실상은 그렇지 못했습니다.(17절) 그들의 상태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찬물과 더운물의 이야기입니다. 그 지역은 물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뜨거운 물은 히에라볼리 온천에서, 식용수는 바바산의 만년설에서 끌어와서 사용해야 했습니다. 두 물이 만나서 미지근해진 물은 각각의 용도를 잃어버리고 어디에도 쓸 수 없는 구토를 일으키는 물이 되어버립니다. 그렇게 그들은 자신들의 부르심을 잃어버렸습니다. 그들에게는 치료제가 필요했지만, 스스로 부유하고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했던 라오디게아 교회는 자신들을 책망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깨닫지 못했습니다.(19절) 라오디게아 교회는 스스로의 상태가 비참하고 불쌍하고 눈먼 상태임을 깨달아야 했습니다. 차든지, 덥든지, 나의 현실을 깨닫지 못하면 우린 그저 미적지근해진 구역질 나는 삶을 살 뿐입니다. 이런 삶은 하나님께서 아무리 문을 두드리시며 책망하셔도 알아듣지 못하고 문을 열지 못합니다.(20절)

 

우리의 부르심은 결국 우리가 누구인지 아는 것입니다. 이 말씀을 읽으며 우리 교회를 생각합니다. 우리 교회가 얼마나 연약한 교회인지 현실을 바라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줌 티끌처럼 은혜 아니면 언제든 날아가버릴 교회임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지금 우리의 이 모임이 하나님의 은혜임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또 우리에게 은혜가 필요함을 깨닫습니다. 우리를 두드려 깨우시는 그 외침에 문을 열어 드려야 하겠습니다. 오늘 우리의 삶은 어디에 서 있습니까? 나는 스스로를 무엇이라 고백합니까? 나는 나를 잘 알고 있습니까? 혹시 우릴 향해 두드리시는 그 노크 소리에 귀 막고 있지는 않습니까? 주여 자비를 베푸소서.

 

깊은 묵상을 위한 질문
Q1. 베드로의 문제는 무엇이고 그가 했던 고백은 어떤 의미일까요?



Q2.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이스라엘의 자신감이 무너진 이유는 무엇인가요?


Q3. 예수님이 라오디게아 교회에게 하라고 하신 것은 무엇인가요? 자신의 상황에 비추어 생각해봅시다.


자신이 생각하는 답을 댓글로 달아주세요. 질문 등을 남겨주시면 답해드립니다.

 

함께 듣는 찬양

Were It Not For Grace - Larnelle Harris

https://www.youtube.com/watch?v=eUsO8c-F9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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