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릿함을 감내할 이유(251116)

2025. 11. 22. 18:54·주일말씀나눔

함께 읽은 말씀
말라기 3장 13절-4장 2절
누가복음 17장 20-25절
고린도전서 10장 23절-11장 1절

 

우리집교회의 예배는 한 사람의 설교가 아니라 함께 말씀을 읽고 나누는 이야기들로 구성됩니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하나님의 도구가 되어 말씀을 전합니다. 

 

누가복음에서 예수님은 마지막 날이 언제 오는지 묻는 질문에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 있다(21절)’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여기서 ‘너희’가 누구인지 본문을 잘 봐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 본문에서 예수님과 대화하고 있는 대상은 제자들이 아니라 바리새파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나라가 너희 가운데 있다’는 말은 그 나라가 예수를 따르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가 뒤섞여 있는 오늘의 현실 속에 있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선명한 것을 좋아합니다. 카메라도 영화도 끊임없이 화소수를 높여가며 선명함을 추구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말라기가 말하는 마지막 날은 의인과 악인, 하나님을 섬기는 자와 섬기지 않는 자가 분별되는 날입니다(18절). 그런데 말라기 예언이 말하는 분별의 주체는 하나님이 아니라 ‘너희’입니다. 마지막 때에 의인과 악인을 ‘너희가’ 분별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 전까지는 우리가 분별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옳고 그름이 뒤섞여 있고 선과 악이 혼재합니다. 이런 세상 속에서 우리는 빠른 결론, 명확해 보이는 정답에 마음을 빼앗깁니다. 애매하거나 불분명한 것을 어떻게든 없애버리고 어떻게든 명확한 답을 내리려 합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명확함의 경계 밖으로 내몰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여기 있다’, ‘저기 있다’ 하는 말들에 휩쓸려 다니지 말라고 경고하시는 이유도 이것 때문입니다. 쉬운 정답, 간단한 결론에 현혹되지 말라는 것입니다. 가라지를 뽑으려다 밀까지 뽑아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바울은 고린도교회의 우상제물 먹는 문제에 대해서 말하면서 상황에 따라 다른 대답을 내놓습니다. 먼저 시장에서 파는 것을 묻지 말고 먹으라고 합니다. 그 이유도 명확합니다. 모든 것이 주님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어지는 구절에서 그는 기존의 결론과 반대되는 주장을 합니다. 누군가 이것이 우상의 제물이라고 말하면 먹지 말라고 합니다. 먹으라는 겁니까? 먹지 말라는 겁니까? 앞서 이야기했던 명쾌한 바울은 어디갔나요? 누가 우상의 제물이라고 알려주면 그것은 하나님의 것이 아닌 것이 되는 걸까요? 이런 바울의 모습은 일관성 없고 우유부단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바울은 이것이 답이라고 말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하나님의 나라는 선과 악이 혼재하고 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가 뒤섞여 있는 현실 가운데 있습니다. 그리고 그날이 이르기까지 우리는 그것을 명확히 분별하지 못합니다. 바울은 분명한 원칙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기꺼이 그 원칙을 양보할 수 있습니다. ‘그들을 구원하기 위해서(33절)’라면 그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 아닌지 같은 문제는 중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을 얻기 위해서 그는 유대인에게도, 그리스인에게도, 하나님의 교회에도 걸림이 되지 않으려 애쓰고 있습니다. 자존심까지 내려놓으며 스스로의 주장을 철회하면서 한 영혼을 얻으려 합니다. 애매함과 불확실함을 해소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가 그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을 먹든지 마시든지 모든 것이 주님의 영광을 위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31절).

 

하나님의 나라가 너희 가운데 있다고 말씀하셨던 예수님께서는 모든 명확한 정답이 오기 전에 단 하나 분명한 것이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그에 앞서 고난받는 일이 먼저 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 고난은 그저 예수님이 당하실 고난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를 따르는 우리에게도 바로 이 고난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불명확함을 거둬내려 해선 안됩니다. 그것은 우리가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 감당해야 할 고난입니다. 스스로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생명을 위해서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때론 그 과정에서 자존심이 상하고 좌절감이 들지라도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그것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스도께서 그러셨고 사도 바울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기꺼이 그 고난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고전11:1).

 

 

깊은 묵상을 위한 질문
Q1. 말라기 예언자가 말하는 그날은 오늘 나에게 어떤 날인가?



Q2. 그날을 기다리는 우리가 당하게 될 고난은 무엇일까요?


자신이 생각하는 답을 댓글로 달아주세요. 질문 등을 남겨주시면 답해드립니다.

 

A.I 찬양

함께 나눈 말씀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찬양입니다. 말씀 내용을 마음에 담는 데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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