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실망스러움 너머(260809)

2026. 8. 15. 21:02·주일말씀나눔
함께 읽은 말씀
열왕기상 19장 9-18절 / 마태복음 14장 22-33절 / 로마서 10장 5-15절

 

우리집교회의 예배는 한 사람의 설교가 아니라 함께 말씀을 읽고 나누는 이야기들로 구성됩니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하나님의 도구가 되어 말씀을 전합니다

 

엘리야는 갈멜산에서 850대 1로 싸워 크게 승리했습니다. 하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고, 곧 이세벨 여왕의 살해협박을 피해 도망하는 신세가 되고 맙니다. 오늘 말씀은 그가 도망쳐 도달했던 호렙산에서 하나님을 만난 장면입니다. 이세벨의 협박이 두려워 도망치는 엘리야의 모습은 사역자로서 실패한 모습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어떤 학자들은 이 이후에 그에게 주어지는 미션은 그가 사역자의 자리에서 물러나고 후계자를 세우는 은퇴 수순으로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엘리야는 그 이후에도 은퇴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는 새로운 사명을 받고 현장으로 돌아왔습니다. 하나님께서 그에게 하사엘, 예후, 그리고 엘리사에게 기름을 부으라고 하신 것은 그가 하나님께 탄원했던 ‘나만 남았다’는 부르짖음에 대한 응답이었습니다. 하나님은 바알에게 무릎꿇지 않은 7천명을 남겨놓으심으로 그를 위로하시고 그가 다시 사역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힘을 주십니다. 하나님은 이세벨 앞에서 도망쳤던 그를 ‘실패자’라고 규정하신 적이 없습니다.

 

마태복음에는 폭풍으로 죽을 뻔한 제자들을 구해주시는 예수님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여기서 베드로는 예수님을 따라 바다 위를 걸으려 했지만 불어오는 폭풍이 두려워한 나머지 물에 빠지고 맙니다. 예수님은 그를 ‘믿음이 적은 자’라고 하시며 책망하시는 듯한 장면이 나옵니다. 이것도 어찌보면 엘리야와 같은 실패의 현장처럼 여겨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제자들이 더 문제인 점은 마태복음에서 이런 장면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제자들은 이미 폭풍 때문에 고생하다가 예수님을 통해 구원받은 경험이 있습니다(마8:23-27). 베드로는 이전의 경험을 통해 예수님이 바다와 바람도 복종시키시는 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말입니다. 그럼에도 그는 폭풍과 파도 앞에서 결국 두려움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그는 또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마태복음의 작성자는 똑같이 반복되는 것 같았던 두번의 사건을 서로 다르게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8장에서 제자들은 예수님이 파도를 잠잠케 하시자 ‘이 사람이 누구이기에 파도와 바람도 순종하는지’ 서로 묻습니다. 그런데 14장에서는 그가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고백하는 말로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똑같은 상황을 겪었고 똑같은 실패를 겪었습니다. 그들은 여전히 믿음이 적은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예수가 누구인가에 대한 그들의 생각은 바뀌어 있습니다.(마14:33)

 

엘리야도 그렇고 베드로도 그렇고 우리 각각을 보자면 변함없고 반복해서 실패하는 모습만 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의 실패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하나님이 하시는 일입니다. 엘리야는 하나님이 여러차례 물으시지만 똑같은 답만 반복합니다. 베드로는 이미 예수님의 능력을 경험했음에도 여전히 부족한 믿음으로 바다에 빠져버렸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런 엘리야에게 다시 사명을 맡기십니다. 그의 탄원의 소리를 들으시고 그에게 동역자들을 붙여주십니다. 거듭 실패하는 베드로와 제자들이었지만 그 반복되는 실패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그들의 고백을 바꿔가고 계십니다. 내가 무엇을 못했고, 어떻게 실패했는지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우리의 삶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은 무너진 엘리야에게 동역자를 붙이셔서 다시 사명을 맡기시는 분이고, 여전히 믿음이 적은 그들의 입술의 고백을 바꾸시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바울은 자신의 서신에서 율법을 행하는 자가 구원받는 자라는 레위기의 말씀을 신명기 말씀을 인용해서 재해석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인용된 신명기 말씀은 율법이 지키기 어렵다는 말을 반박하는 말씀입니다. 율법을 지키기 쉬우니 지키라는 말입니다. 레위기의 말씀과 같은 말이지 않나요? 하지만 신명기 말씀이 레위기의 말씀을 새롭게 이해하게 만드는 지점은 그 바로 앞에서 신명기의 말씀이 전제하고 있는 한 구절 때문입니다.

“주 당신들의 하나님이 당신들의 마음과 당신들 자손의 마음에 할례를 베푸셔서
순종하는 마음을 주실 것입니다.
그리하여 당신들이 마음을 다하고 정성을 다하여
주 당신들의 하나님을 사랑하며 살 수 있게 하실 것입니다.”(신명기 30:6)

 

하나님께서 마음에 할례를 베풀어주실 것이니 율법을 지키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렇기에 ‘말씀이 가까이 있다’는 말은 ‘어렵다고 하지 말고 율법을 지켜라’라는 말이 아니라 ‘누구든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다’는 의미로 재해석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이 율법을 지킴으로 구원을 받는다 말할 수 있었던 이유도 하나님이 마음의 할례를 베푸셔서 순종하는 마음을 주셨기 때문이라는 말입니다. 그들의 행위가 결국 은혜에 기반했다는 뜻입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내가 무엇을 했고, 저들은 무엇을 하지 않았다 주장할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이 무엇을 하셨는지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반대는 어떻습니까? 그리스도를 부름으로 구원받았다고 말하는 이방인들이 옳은 것입니까? 아니요. 믿지 않으면 부를 수 없고, 들은 적 없으면 믿을 수 없고, 선포하지 않으면 들을 수 없고, 보내시지 않으면 선포할 수 없습니다. 결국 그들이 들은 것도 하나님의 보내심이라는 은혜가 없었으면 불가능한 것입니다. 이방인 그리스도인들의 믿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대인들에게 믿음이 없다고, 그들은 실패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들의 고백도 결국 전할자를 보내주신 은혜에 기반했기 때문입니다. 믿음은 또 다른 조건이 아니라 조건 없음의 다른 말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바울은 말합니다.

당신이 만일 예수는 주님이라고 입으로 고백하고(능동태),
하나님께서 그를 죽은 사람들 가운데서 살리신 것을 마음으로 믿으면(능동태)
구원을 얻을 것입니다.
사람은 마음으로 믿어서(수동태) 의에 이르고,
입으로 고백해서(수동태) 구원에 이르게 됩니다.(로마서10:9–10)

우리가 믿고 고백한다고 하는 그 단순한 말 속에는 우리를 믿게 하시고 고백하게 하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먼저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말씀이 가까이 계시기에 누구든지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은혜를 말하는 것은 내가 한 것, 내가 하지 못한 것보다 하나님이 하신 일들, 하나님이 하실 일들로 나를 설명한다는 말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나의 실망스러움보다 더 나에게 가까이 계십니다. 나의 믿음없음보다 더 나에게 가까이 계십니다. 이것이 매일처럼 무너지는 내 모습에 절망하지 않을 수 있는 이유이고, 무언가를 성취한 것처럼 보이는 순간 앞에서도 겸손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깊은 묵상을 위한 질문
Q1. 하나님은 도망친 엘리야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셨나요?



Q2. 반복되는 실패 속에서도 하나님이 나를 변화시키고 계신 증거가 있나요?


Q3. 성취했을 때 겸손하고 실패했을 때 절망하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자신이 생각하는 답을 댓글로 달아주세요. 질문 등을 남겨주시면 답해드립니다.

 

함께 부른 찬양

내 입술의 말과 나의 마음의 묵상이(시편 19편)

https://www.youtube.com/watch?v=hMT7xM-lTU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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