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빚진 파수꾼(260906)

2026. 9. 12. 00:37·주일말씀나눔

함께 읽은 말씀
에스겔 33장 7-11절 / 마태복음 18장 15-20절 / 로마서 13장 8-14절

 

우리집교회의 예배는 한 사람의 설교가 아니라 함께 말씀을 읽고 나누는 이야기들로 구성됩니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하나님의 도구가 되어 말씀을 전합니다

 

똑같은 이야기지만 어떻게 읽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가 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오늘 함께 읽은 마태복음의 말씀도 그렇습니다. 이 말씀은 주로 교회에서 죄지은 사람을 권징하는 절차로 읽혀집니다. 한 사람, 두 세 사람, 온 교회가 권고를 하고 그래도 듣지 않으면 출교시키라고 하지요. 그런데 이런 의미는 본문을 앞 뒤로 읽어보면 너무 낯설게 느껴집니다. 왜냐하면 이 본문 앞에는 아흔아홉 마리의 양을 두고 한 마리 잃어버린 양을 찾으러 가는 이야기가 나오고 뒤에는 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도 용서하라는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야기들 사이에 갑자기 형제를 내쫓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은 너무 이상합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이 절차의 마지막에 있는 ‘이방 사람이나 세리와 같이 여기라’는 말을 세리였던 마태의 복음서를 통해서 읽고 있습니다. 그에게 ‘세리처럼 여기라’는 말이 내쫓으라는 말이었을까요? 오히려 이 본문은 절차를 거쳐도 안되면 내쫓으라는 말이 아니라, 그 형제를 포기하지 말라는 의미로 읽혀야 합니다. 나 혼자 노력해서 안되면 두 세사람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그래도 안되면 온 교회가 나서서라도 그 형제를 죄에서 돌이키게 만들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에스겔 말씀에서 하나님은 에스겔을 이스라엘의 파수꾼으로 세우십니다. 그리고는 그들에게 경고하지 않으면 그들의 죄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시지요. 에스겔이 무슨 잘못일까요? 죄를 지은 자들은 자기 죄 때문에 죽으면 그만인 것을 왜 굳이 에스겔을 그들의 파수꾼으로 세워서 그에게 책임을 물으시는 걸까요? 어쩌면 불필요해보이고 인위적으로 보이는 이런 관계를 맺어놓으시고 그에게 책임을 요구하시는 것일까요? 바로 하나님이 우리와 그런 관계를 맺으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불필요하고 인위적일 수 있는 관계를 의지적으로 이스라엘과 맺으십니다. 이스라엘을 바라보시면서 그들에게 “너희가 왜 죽으려 하느냐”며 안타까워하십니다. 도대체 이스라엘이 하나님과 무슨 관계이기에 하나님은 그들의 죄에 이토록 진심이실까요? 그냥 고개를 돌리시면 될 것을, 그냥 무시하시거나 방관하시면 그만일 것을. 에스겔을 그들의 파수꾼으로 세우시기 전에 하나님은 스스로 이스라엘의 파수꾼이 되셔서 그들의 죄에 개입하시고 그들의 운명을 자신의 책임으로 지우셨습니다.

 

성경이 말하는 사랑은 감정이 아니기에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그것은 의지적이기에 인위적입니다. 나랑 어떠한 관계도 없을 그 사람에 대한 책임감을 갖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일 수 없습니다.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그렇게 불필요하고 인위적이며 어쩌면 강제적인 책임감을 가지고 누군가와 엮이는 것입니다. 바울은 이것을 빚에 비유합니다. 앞서 로마서 13장 7절에서 줘야 할 것을 주라고 말했던 바울입니다. 여기서 바울은 payback으로 번역될 수 있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그것이 조세든, 관세든, 두려움이든, 존경이든 줘야할 사람에게 돌려주라는 말입니다. 8절의 말씀은 그런 것들을 줘버리고 아무에게도 아무 빚도 지지 말라고 말합니다.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데 그런 것들로 책잡히거나 비굴해져야 할 이유를 만들지 말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뒤이어서 바울은 ‘사랑은 제외하고’라는 표현을 붙입니다. 사랑은 그렇게 돌려줘서 털어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랑은 절대 홀가분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나랑 관계 없을지라도 그 형제를 얻기 위해서 온 교회가 파수꾼이 되어야 하는 것이 사랑입니다. 끊임없는 이스라엘의 배신에도 그들을 향해 ‘왜 죽으려 하느냐’며 안타까워하는 하나님의 마음이 사랑입니다. 사랑의 빚은 우리보다 하나님이 먼저, 오랫동안 지고 계셨던 payback 할 수 없는 마음인 것이지요.

 

그런데 마태복음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이 인위적인 사랑을 나에게 죄 지은 형제에게까지 확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본문 뒤에는 일곱 번씩 일흔 번 용서하는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입니다. 게다가 여기서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하셨던 ‘교회의 권세’에 대한 약속을 다시 하십니다.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 매이고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 풀릴 것’이라는 약속은 16장에서 예수를 그리스도로 고백한 베드로에게 ‘천국 열쇠’라며 주신 말씀입니다. 그 약속이 바로 여기서 되풀이 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나에게 죄 지은 형제에 대한 인위적인 책임감을 갖는 것, 의지적으로 그를 지키는 파수꾼이 되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넘어 두 세사람 또는 온 교회가 그의 파수꾼이 되려 하는 것이 바로 하나님의 교회가 이 땅에서 행사할 수 있는 가장 큰 권세라는 말입니다. 우리가 그를 우리 가운데 매면 하늘에서도 매이고, 우리가 그를 죄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립니다. 교회의 정체성을 ‘두 세 사람이 예수의 이름으로 모이는 것’이라고 할 때, 그 ‘두 세 사람’에 그 형제를 포함시키려 노력해야 합니다.

 

앞서서 우리는 마태복음에서 결국 권면을 거부한 이들을 ‘이방 사람과 세리와 같이 여기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세리였던 마태는 결코 이 말을 내쫓으라는 말로 사용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욕하던 자신을 예수 그리스도가 찾아오셨듯이, 하나님께서 권면을 거부한 그의 파수꾼이 되어주시기를 구하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오늘 나는 누군가를 얻는 일에 하나님 만큼 진심입니까? 내게 상처준 사람, 나와 관계 없는 이들을 쿨하고 홀가분하게 payback 해버리고 있지 않습니까? 하나님의 사랑은 인위적이고 의지적인 사랑입니다. 당연히 사랑할만한 존재들을 사랑하신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누군가의 파수꾼으로 부르십니다. 나와 특별히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존재들의 파수꾼으로 부르시고, 내게 죄를 지은 사람에게도 파수꾼이 되라 말씀하십니다. 내 힘만으로는 부족하다면 더 많은 이들과 함께 그의 파수꾼이 되라고 하십니다. 사랑의 빚은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이들을 향해 ‘왜 죽으려 하느냐’며 안타까워하는 하나님의 불편함을 함께 안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불편함을 품고 내 주변을 바라볼 수 있는 우리가 되길 기도합니다.

깊은 묵상을 위한 질문
Q1. 나는 어떤 순간에 “저 사람과는 여기까지”라고 마음을 닫게 되나요? 



Q2. 한 사람을 돌보는 책임을 혼자 감당하다 지친 적이 있나요? 


Q3. 지금 내 주변에서 하나님의 “왜 죽으려 하느냐”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아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요?


자신이 생각하는 답을 댓글로 달아주세요. 질문 등을 남겨주시면 답해드립니다.

 

함께 부른 찬양

주님 마음 내게 주소서(마커스워십)

https://www.youtube.com/watch?v=TcogMm4emK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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