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은 말씀
출애굽기 12장 21-27절
마태복음 27장 24-26절
빌립보서 2장 25절-3장 1절
우리집교회의 예배는 한 사람의 설교가 아니라 함께 말씀을 읽고 나누는 이야기들로 구성됩니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하나님의 도구가 되어 말씀을 전합니다.
드라마 미생에는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책임을 느끼는 것도, 책임을 지는 것도, 책임 질만한 일을 한 것도 다 그럴만한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몫이자 권리야(드라마 미생 19화 중에서)” 젊은 시절, 일을 하다가 큰 실수를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모르고 마음 고생만 하다가 어렵게 “제가 책임을 지겠습니다”고 말했더니 생각지도 못한 말이 돌아왔습니다. “니가 무슨 책임을 질 수 있는데?” 사실 책임은 아무나 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회사가 몇 백억 상당의 손해를 입었는데 신입사원이 책임을 지고 이번 달 월급을 반납하겠다고 한다면, 사람들은 이 말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어처구니가 없겠지요. 그만큼 책임에는 그에 맞는 권한과 자격이 필요합니다.
오늘 복음서 이야기는 예수님을 못박으라 소리치는 이스라엘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빌라도는 그 책임을 회피하려 손을 씻지만 이스라엘 민족은 ‘그 피를 우리와 우리 자손에게 돌리라’고 소리칩니다. 그 책임을 자기들이 지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무슨 책임을 질 수 있나요? 하나님의 아들을 죽인 책임을 이스라엘이 어떻게 질 수 있다는 말인가요? 이것은 마치 신입사원이 일의 중대함을 인식하지 못하고 나대는 꼴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스라엘은 아무것도 책임지지 못합니다. 그들은 어떻게 책임을 져야 하는지도 알지 못합니다. 그들의 외침은 공허합니다. 그 상황에 정말로 책임을 지실 수 있는 분은 모든 이야기를 듣고 계시는 하나님의 아들 자신뿐 입니다.
첫번째 유월절 이야기 속에서 하나님은 짐승의 피를 통해서 이스라엘에 속한 백성들이 심판을 벗어날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이집트인들과 이스라엘 사이에는 무언가 차이가 있다는 것일까요? 우리는 얼마 전 모세 때문에 일거리가 늘어났다며 원망하던 이스라엘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들이 더 하나님께 충성했기 때문에 심판을 면하게 해주신 것일까요? 하지만 그들이 한 것이라고는 시키는대로 다같이 모여서 음식을 먹고 그 표시로 문설주에 피를 바른 것뿐이었습니다. 그것만으로 자신에게 자격이 있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자기가 받은 것의 무게를 모르는 어리석은 말이 될 뿐입니다. 그들을 구원하시는 선택은 모든 책임을 홀로 감당하시는 주권자의 결정이었습니다. 그렇게 하나님은 자기 아들을 내어줌으로 그 책임을 감당하셨습니다. 그의 죽으심은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개인의 죽음이 아닙니다. 우리를 죄없다 하기 위해 하나님이 감당하신 ‘책임의 자격’인 것입니다. 하나님만이 우리를 ‘감당’하실 수 있습니다.
사순절의 시간은 우리에게 그 자격이 없음을 기억하는 기간입니다. 우리는 이 기간동안 우리의 인생을 우리가 책임질 수 없음을 고백하며 그분의 자비를 구합니다. 그래서 사순절의 시작은 “너는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리라”는 말씀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기간은 우리를 위해서 하나님 스스로 댓가를 치루셔야했던 십자가의 자리에서 끝납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는 우리 삶에 대한 그분의 자격을 증명하는 왕좌이며 면류관입니다. 그렇다면 거기서 끝나는 것일까요? 내게 자격이 없다는 것이 이 이야기의 결말일까요?
에바브로디도는 빌립보에서 파견 받아 바울을 돕던 사람이었습니다. 바울은 그를 “나의 필요를 위해 봉사하는 사람(레이투르고스)”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그가 했던 일에 대해서 말하면서 같은 의미의 단어를 한번 더 사용합니다. 그가 빌립보 교회가 “다하지 못한 봉사(레이투르기아)를 채운다”고 쓰고 있는 것입니다. 에바브로디도는 빌립보 교회가 했어야 했던 일을 교회 대신 감당했습니다. 그리고 그 일을 위해 거의 죽을 정도로 열심을 다했습니다. 에바브로디도처럼 우리는 다른 누군가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책임감있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를 향한 책임을 감당하셨던 그리스도를 닮아 교회는 그렇게 서로의 모자란 부분을 채워주며 서로에게 그리스도의 역할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사순절을 통해서 우리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나를 향한 책임을 누군가 나누어 질 수 있도록 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우리는 공동체가 되어갈 것입니다.
깊은 묵상을 위한 질문
Q1. 무언가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을 겪어본 적이 있나요?
Q2. 무언가, 누군가를 책임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Q3. 지금 내가 책임을 다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는지 돌아봅시다.
자신이 생각하는 답을 댓글로 달아주세요. 질문 등을 남겨주시면 답해드립니다.
함께 듣는 찬양
죽임 당하신 어린양 - Porters Worsh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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