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 때문에...(250914)

2025. 9. 20. 12:53·주일말씀나눔

함께 읽은 말씀
아모스 7장 1-6절
누가복음 22장 54-62절
디모데전서 1장 18-20절

 

우리집교회의 예배는 한 사람의 설교가 아니라 함께 말씀을 읽고 나누는 이야기들로 구성됩니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하나님의 도구가 되어 말씀을 전합니다. 

 

베드로가 예수님을 세 번 부인하는 이야기는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누가복음에는 베드로가 예수님을 부인하는 그 순간 예수님과 눈이 마주쳤다는 독특한 표현이 등장합니다.

 

주님께서 돌아서서 베드로를 똑바로 보셨다. 베드로는, 주님께서 자기에게 “오늘 닭이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 하신 그 말씀이 생각났다.(누가복음 22:61)

 

유대인들에게 잡혀가시는 상황, 그리고 제자의 배신, 그런 수제자와 눈이 마주친 스승이라는 굉장히 복잡미묘한 감정이 가득히 담겨 있는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과연 자신을 부인하는 베드로를 보면서 예수님은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요? 사실 이 사건은 미리 예고되었습니다. 앞서 예수님은 자신을 따라 죽겠다고 장담하던 베드로를 향해서 그가 예수님을 부인할 것이라고 예견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배신이 예고되기 전 예수님은 베드로를 향해서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하십니다.

 

시몬아, 시몬아, 보아라. 사탄이 밀처럼 너희를 체질하려고 너희를 손아귀에 넣기를 요구하였다. 그러나 나는 네 믿음이 꺾이지 않도록, 너를 위하여 기도하였다. (누가복음 22:31–32 상반절)

 

서신서에는 ‘사탄에게 넘겨진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후메내오와 알렉산더도 그들 중에 하나입니다.(딤전1:20) 초대교회에서 ‘사탄에게 넘겨졌다’는 표현은 출교를 당한 것을 의미합니다. 교회 안에서 조정되지 못한 갈등이나 교회에 문제를 일으킨 사람에 대해서 교회는 ‘출교’라는 극단의 조치를 취했습니다. 그들의 존재가 오히려 하나님께 영광이 되지 못한다는 판단의 결과였을 것입니다. 바울은 ‘사탄에게 넘겨진 사람들’에 대해서 고린도전서에서도 언급합니다. 하지만 그 목적이 그들과 절연하려는 것이기 보다는 그들의 영이 구원을 받길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고전5:5) 출교시키기까지 서로 간에 수많은 상처들이 있었을 것이고 결국엔 공동체에서 끊어내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는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바울은 그 사람들을 향한 마음을 끊어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흔히 우리는 마음에 안드는 사람들을 ‘안보고 말지’라는 마음으로 대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그렇게 끊어내면 쿨하고 깔끔하고 명쾌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런 방식으로 하나님이 우리를 대하신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그게 정말 깔끔한 것일까요? 그냥 상처받기 싫어서 피하는 것은 아닐까요? 사랑은 그렇게 깔끔하지 않습니다. 때론 찌질하고 구차합니다. 지울래도 지워지지 않는, 끊어버리고 싶어도 끊어지지 않는 지긋지긋함, 그래도 혹시 몰라서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고, 불쑥 불쑥 생각나는… 우리가 흔히 미련이라고 부르는 것은 사랑의 또 다른 단면일 것입니다.

 

아모스 선지자는 이스라엘을 심판하시려는 하나님 앞에서 그분을 여러차례 설득합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두 차례나 뜻을 돌이켜 심판을 거두십니다.(암7:1-6) 아모스는 하나님의 미련 가득한 마음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성경의 이야기는 결국 자신을 버리고 배반하는 이스라엘 민족과 인류를 향한 하나님의 ‘미련’의 기록입니다. 그 안에는 우리를 향한 미련이 가득합니다. 우리의 연약함을 알기에 단호히 끊어내지 못하고 돌아보고 살피며 뜻을 돌이키고 기다리시는 그 마음 말입니다.

 

다시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서 예수님은 자신을 배신한 베드로를 보면서 어떤 마음이셨을까요? 자신을 배신하면서 이제는 끝이다 싶은 순간에도 그의 믿음이 꺾이지 않길 바라는 미련 가득한 눈빛이지 않았을까요? 예수님은 베드로가 사탄의 손에 넘겨진 후에 믿음이 꺾이지 않도록 그 순간까지 기도하고 계셨던 것이 아닐까요? 오늘 나는 누군가를 조금은 쉽게 포기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렇게 미련 가득한 하나님의 마음을 품는 것, 누군가를 위해 기도한다는 것은 그런 것입니다. 조금은 더 미련 가득한 우리가 되길 기도합니다.

 

 

깊은 묵상을 위한 질문
Q1. 왜 하나님은 두번의 심판 계획을 취소하시나요?



Q2. 우리는 누군가를 포기한 일이 있습니까?  


Q3. 나를 향한 하나님의 마음이 깔끔하게 끊어지는 마음이라면 어땠을까 생각해봅시다.


자신이 생각하는 답을 댓글로 달아주세요. 질문 등을 남겨주시면 답해드립니다.

 

함께 듣는 찬양

아바 아버지 - 어노인팅

 

 

'주일말씀나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망쳐진 진흙의 확신  (0) 2025.09.13
낮아지는 제사(250831)  (3) 2025.09.06
거짓 예언자(250817)  (5) 2025.08.24
베팅의 조건(250810)  (7) 2025.08.16
유통기한(250803)  (7) 2025.08.08
'주일말씀나눔'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망쳐진 진흙의 확신
  • 낮아지는 제사(250831)
  • 거짓 예언자(250817)
  • 베팅의 조건(250810)
urihomech
urihomech
의정부에 위치한 개척교회입니다. 처음 교회의 모습처럼 복음 이외에 모든 것을 근원부터 재점검하고, 새로운 시대를 위한 새로운 모습의 신앙을 모색합니다. 설립되고 성도를 모으는 교회가 아닌 존재하고 살아가는 교회를 지향합니다.
  • urihomech
    우리집교회
    urihomech
  • 최근 글

  • 인기 글

    • 분류 전체보기 N
      • 우리집교회 이야기
      • 주일말씀나눔 N
      • 성도들의 이야기
      • 새신자 교육
  • 태그

    교회
    설교
    말씀
    교회개척
    죄
    사순절
    개척교회
    탄핵
    은혜
    주일예배
  • 전체
    오늘
    어제
  • hELLO· Designed By정상우.v4.10.3
urihomech
미련 때문에...(250914)
상단으로

티스토리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