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힘(251214)

2025. 12. 19. 21:12·주일말씀나눔

함께 읽은 말씀
룻기 4장 13-22절
누가복음 3장 1-6절
베드로후서 3장 1-6절

 

우리집교회의 예배는 한 사람의 설교가 아니라 함께 말씀을 읽고 나누는 이야기들로 구성됩니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하나님의 도구가 되어 말씀을 전합니다. 

 

룻기를 읽을 때 우리는 룻과 보아스의 이야기에 많은 관심을 집중합니다. 하지만 룻기의 주인공은 룻이 아니라 나오미입니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을 보면 결국 이 책에서 하고 싶은 말은 유대 땅을 떠나 모든 것을 잃고 돌아온 나오미의 인생이 룻이라는 며느리를 통해 회복되고 가문을 이어가게 되었다는 내용입니다. 그렇게 회복된 족보의 끝에 ‘다윗’이라는 인물이 등장하며 마무리 됩니다. 룻기의 저작연대는 여러 의견이 있지만 최근 많은 지지를 받는 포로기 이후 에스라, 느혜미야 시기로 본다면 이 책의 독자였을 이스라엘 민족의 상황과 나오미의 처지는 더욱 닮아 있습니다. 이방 땅에 떠나갔다가 아무것도 없이 돌아와서 이 땅에서도 농사지을 땅 한평 없었던 나오미의 사정을 보면서 당시 바벨론 포로에서 돌아와 성전을 짓는데 어려움을 겪고있던 이스라엘 민족은 마치 자기 이야기인 것처럼 공감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통해서 지금 아무것도 없는 본인들의 삶이 ‘다윗의 때’처럼 회복되어질 것이라 여기며 삶을 살아낼 용기를 얻었을 것입니다.

 

누가복음 3장은 이사야의 예언이 실현 될 것이라는 선포를 보여주며 예수님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그 시작 부분에서 그 시기에 대한 굉장히 자세한 묘사를 제공합니다. 시기를 알려주기 위한 목적이라면 단순하게 ‘디베료 황제 15년에’라고만 언급해도 될 것인데, 누가는 훨씬 자세하게 당시 시대상을 적어내려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누가가 당시 시대를 바라보는 관점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이사야의 예언이 어떤 시대에 성취되는 것인지를 보여주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쓰고 있는 것입니다. 그 혼란하고 어지러운 현실 가운데 선포된 이사야의 예언이 얼마나 큰 희망을 사람들에게 주었을지 보여주고자 했던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가 말씀을 읽는다는 것은 우리가 사는 시대와 뗄레야 뗄 수 없습니다. 누가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가 이 말씀을 읽을 때 말씀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바라보도록 요청합니다. 디베료 15년이 아니라 지금 이 말씀을 읽는 이 시대, 대림의 시기를 지나며 기다림의 시기를 지나가고 있는 이 시대를 우리는 무엇이라 적을 것인지 돌아보도록 우리를 인도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이사야의 약속은 2000년 전 뿐만 아니라 오늘 우리의 시대에도 동일한 소망의 약속으로 다가옵니다.

 

이처럼 역사는 우리의 삶을 붙들어 주는 힘이 있습니다. 우리가 역사를 읽는 목적은 그저 과거에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확인하거나 거론하는 것에 있지 않습니다. 과거는 언제나 현재를 향해서 말을 겁니다. 단순한 지식을 넘어서 같은 상황 속에 있는 이들에게, 또는 전혀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묻고 답하고 요구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2000년 이상 지난 글을 성경이라는 이름으로 읽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죽은 이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대림절입니다. ‘그리스도 오심’이라는 주제를 생각할 때 우리는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해서 생각합니다. 문제는 이런 이야기가 오늘날 현실과는 상당히 이질적인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베드로후서의 수신자인 교회는 세상으로부터 조롱을 당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무렇지 않게 그냥 늘 그 자리에 있을 것처럼 보이는 세상에서 ‘그리스도의 오심’이란 딴 세상 얘기처럼 들리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 앞에서 베드로는 ‘다가올 날’에 대해서 말하지 않고 ‘지나간 날’, ‘기억’에 대해서 말합니다. 왜냐하면 다가올 날은 우리도 보지 못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가올 날의 소망은 우리의 경험으로는 설명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베드로는 ‘기억’을 통해서 단단하게 굳어있는 ‘일상’이라는 현실에 한줄기 균열을 냅니다. 영원할 것 같아 보이는 눈 앞의 현실이 얼마나 불안정한 기초인지를 ‘기억’을 불러옴을 통해서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렇게 기억은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과 다른 ‘진짜 현실’을 보게 합니다.

 

문제는 그 기억이 끊임없이 휘발한다는 것이지요. 한번 기억했다고 해서 그것이 우리 안에 영원히 머물거나 우리의 본질을 변화시키지 않습니다. 당장 지난주 말씀도 기억하기가 어려운 것이 우리들입니다. ‘그리스도의 오심’을 소망할 수 있는 능력은 우리에게 없습니다. 우리가 떡을 떼며 잔을 함께 나누는 것, 그리고 그것을 먹는 행동은 단순히 예수님이 죽었다는 사실에 대한 회상을 너머 그것이 외부로부터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임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 소망이 우리 안에 있지 않음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저 기억할 수 있을 뿐입니다. 우리는 매주 떡을 떼고 잔을 마시며 그를 ‘기억’합니다. 그렇게 ‘어제의 기억’은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오늘의 일상’에 균열을 내고 위로부터 내려오는 ‘내일의 소망’을 담아냅니다.

 

깊은 묵상을 위한 질문
Q1. 성경을 읽을 때 내 상황과 비슷하다고 공감하며 읽어본 적이 있나요?



Q2. 만약 오늘의 이야기를 복음서로 쓴다면 우리는 지금 시대를 어떻게 묘사할 것 같은가요?


Q3. 성찬을 먹고 마신다는 것은 오늘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묵상해봅시다.


자신이 생각하는 답을 댓글로 달아주세요. 질문 등을 남겨주시면 답해드립니다.

 

함께부른 찬양

내가 만민 중에(Be Exalted O G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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