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병기(260118)

2026. 1. 24. 01:53·주일말씀나눔

함께 읽은 말씀
이사야 49장 1-7절 / 요한복음 1장29-42절 / 고린도전서 1장 1-9절

 

우리집교회의 예배는 한 사람의 설교가 아니라 함께 말씀을 읽고 나누는 이야기들로 구성됩니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하나님의 도구가 되어 말씀을 전합니다. 

 

고린도전서를 보면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많이들 아는 것처럼 고린도교회는 문제가 많은 교회였습니다. 성도들 끼리 파벌이라던가, 방언하는 문제, 음식 먹는 문제까지 성공적인 교회의 모습이기보다는 누가 봐도 문제 많은 교회의 전형적인 모습이었습니다. 고린도교회 스스로도 이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었습니다. 고린도교회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서 바울에게 사람을 보낸 상황이었으니까요. 그런데 답장으로 온 편지의 첫 구절에서 바울은 고린도교회 때문에 하나님께 감사한다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고린도교회의 상황을 생각하자면 바울의 이런 표현은 너무나도 현실과는 맞지 않아 보입니다. 도대체 뭐가 감사하다는 것일까요?

 

우리집교회를 시작한 지 2년이 지났습니다. 2년간의 시간을 어떻게 평가할까 생각하다가 얼마 전에 그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목회도 하나의 마케팅이라고 볼 수 있다면, 2년 동안 교인이 없는 것은 마케팅에 실패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여러 변명의 여지가 있을 수 있겠으나 어찌보면 맞는 말인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이 보기엔 헛수고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고,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읽은 이사야에서 마치 지금의 우리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 같은 구절을 만나게 됩니다.

 

그러나 나의 생각에는, 내가 한 것이 모두 헛수고 같았고,
쓸모 없고 허무한 일에 내 힘을 허비한 것 같았다.(이사야 49:4 상반절)

 

아마도 주의 종인 이스라엘에게 닥쳐온 상황에 대한 소회이거나 무력감의 호소일 것입니다. 망했구나, 헛수고 했구나, 더 해서 뭐하나 생각이 들 것 같은 상황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같은 장의 몇절 앞에 보면 이런 구절도 있습니다.

 

내 입을 날카로운 칼처럼 만드셔서, 나를 주님의 손 그늘에 숨기셨다.
나를 날카로운 화살로 만드셔서, 주님의 화살통에 감추셨다.(이사야 49:2)

 

사실 처음 이 구절을 읽으면 왜 칼과 화살을 만들어서 숨기신다는 것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칼이나 활을 만들었으면 써야지 왜 감춰놓는 것일까? 하지만 더 읽어가다 보면 지금 이스라엘이 하지 못하는 일, 허무하고 헛수고 같은 그 일은 오히려 가벼운 일이라고 말씀하십니다.(6절) 하나님의 종인 이스라엘이 해야 할 일은 살아남은 자들이 돌아오는 것을 넘어 '뭇 민족의 빛'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감춰둔 것이지요. 왜 숨겨둡니까? 그때 위해 준비해놓은 비밀병기이기 때문입니다. 아직 그것을 꺼낼 때가 되지 않은 것이지요. 실패했다 생각하는 그 시점에서 하나님은 나와는 다른 시선으로 그 상황을 판단하고 계신 것입니다.

 

오늘날 고린도에 가면 그 교회를 섬겼던 사역자들의 이름을 시대별로 나열해놓은 대리석을 볼 수 있습니다. 고린도교회는 문제투성이 교회였습니다. 하지만 고린도교회는 그 이후로도 약 500년 동안 교회 역사 속에서 빛나는 영광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교회됨의 본질은 서로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아닙니다. 사이가 좋다고 좋은 교회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교회는 사람의 친교가 아니라 하나님의 신실하심 위에 세워집니다.(고전1:8) '그 본질을 이해하고 그분을 의지하고 있는지'가 교회를 교회되게 하는 것입니다. 믿는 이들의 삶이란 결국 본질을 알아보는 것입니다. 예수을 보고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양'이라며 알아본 세례요한이나 시골 어부였던 시몬에게서 '게바'라는 본질을 보셨던 예수님처럼 말입니다. 이것이 하나님이 우리를 바라보는 방식이고 우리가 하나님을 바라봐야 할 방식입니다. 바울도 그렇게 고린도교회의 현실 너머 그들을 세우시는 하나님을 기대하며 감사한 것입니다. 그것이 그가 바라본 고린도교회의 참된 본질이었습니다.

 

요한복음에서 예수님을 따라갔던 제자들은 그가 계시는 곳을 보고 그가 메시아인 줄 알았다고 말합니다.(요1:39-41) 물론 생략된 기록 속에 많은 이야기가 있었겠지만, 복음서 기자는 다른 부분은 언급하지 않습니다. 제자들은 그가 계시는 곳을 가보는 것만으로 그가 메시아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의 본질이 삶 속에 드러난 것입니다. 우리집교회는 그렇게 우리의 삶에서 하나님의 본질을 드러내는 교회가 되길 원합니다. 우리의 선함이나 우리의 뛰어남, 사역, 성과를 자랑하는 교회가 아니라 우리의 약함보다 크신 하나님만 자랑하고 그분이 드러나는 교회이길 원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붙잡아야 할 본질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그것이 지금 드러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은 하나님이 우리를 갈고 닦아 제 때에 쓰시기 위해 준비하시는 것이지 실패나 헛수고일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교회는 우리의 부족함 따위에 실패하고 망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앞에 현실이 망한 것 같고, 헛수고한 것 같은 순간. 하나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너는 나의 비밀병기다."

 

깊은 묵상을 위한 질문
Q1. 하나님께서 도구를 만드신 후 바로 쓰지 않고 숨기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숨겨짐'은 실패일까요, 아니면 준비일까요?



Q2. 교회됨의 본질은 성도 간의 친목이나 완벽함에 있지 않습니다. 바울이 문제투성이 교회를 보며 감사할 수 있었던 근거는 무엇인가요? (고전 1:8-9 참고) 


Q3. 겉모습이 아닌 그 존재의 '본질'을 알아보는 것이 신앙의 핵심입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나 교회를 볼 때 하나님의 시선으로 본질을 보고 있나요?


자신이 생각하는 답을 댓글로 달아주세요. 질문 등을 남겨주시면 답해드립니다.

 

함께 부른 찬양

오 주여 당신 앞에(Gif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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