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의 복(260201)

2026. 2. 7. 16:00·주일말씀나눔

함께 읽은 말씀
미가 6장 1-8절 / 마태복음 5장 1-12절 / 고린도전서 1장 18-31절

 

우리집교회의 예배는 한 사람의 설교가 아니라 함께 말씀을 읽고 나누는 이야기들로 구성됩니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하나님의 도구가 되어 말씀을 전합니다. 

 

하나님을 믿는 삶이 무거운 짐처럼 느껴진 적이 있나요? 오늘 말씀에서 이스라엘은 하나님과 법정에서 다투고 있습니다. 그들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님이 기뻐하실 것이냐'고 묻습니다. 송아지도, 수천마리 양도, 수만 줄기의 올리브기름도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지 못했습니다. 이젠 맏아들이나 이 몸이라도 바쳐야 하는 것이냐 묻고 있습니다. 어느 순간 그들에게 하나님은 감당하기 어려운 것들을 요구하는 짐이고 부담이 되어버렸습니다.(미가 6:3) 문제는 하나님은 그런 것들을 요구한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하나님을 짐처럼 여기게 만든 것일까요? 

 

마태복음은 예수님을 모세와 비교되는 인물로 그리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님은 모세처럼 어린 시절 죽음의 위기를 피해 애굽으로 가게 되고 산에 올라가서 새로운 질서를 선포하십니다. 그렇게 예수님의 팔복은 모세의 십계명과 대비를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둘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사실 팔복의 메시지가 완전히 새로운 것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예수님의 팔복은 많은 부분 구약에서 등장하는 가치들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팔복의 독특한 점은 십계명과 달리 그 구절들이 의무나 명령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팔복을 들을 때 우리는 '복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슬퍼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산상수훈에는 계명 대신에 '신적수동태'라고 불리는 독특한 방식의 선언들이 뒤따릅니다. 이 수동태는 그 주체를 '하나님'으로 암시하기 때문에 '신적수동태'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개정개역에서 '그들이 위로를 받을 것이다'라고 번역했던 문장을 새번역은 '하나님이 그들을 위로하실 것이다'라고 번역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이 위로를 받는데 그 위로는 하나님이 주시는 것입니다. 이처럼 '하나님이 그들을 배부르게 하실 것'(6절)이고, '하나님이 그들을 자비롭게 대하실 것'(7절)이고, '하나님이 그들을 자기의 자녀라 부르실 것'(9절)입니다. 구약에서 '해라, 하지 말아라'라고 명령되던 것들이 신약에 와서는 '하나님이 하실 것이다'로 바뀌고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하실 것이니 지금 망가지고 부족한 채 살아가는 너의 인생 그 자체도 복되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공백을 견디지 못합니다. 부족한 것이 있으면 그것을 무언가로 채우려 애씁니다. 사람과의 관계도 그렇고 일도 그렇습니다. 심지어 하나님과의 관계까지도 '채워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자신을 몰아 세웁니다. 무너져 있는 상태, 결핍이 있는 상태를 그냥 두고 보는 것이 너무나도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그게 채워지지 않으면 지치고 무너집니다. 그러고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며 하나님을 향해 따져 묻곤 합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우리가 가진 것들로 그것을 채우길 원하신 적이 없습니다. 아니, 그럴 수도 없습니다. 

 

고린도전서에서 바울은 우리 믿는 자들을 '아무 것도 아닌 자'라고 지칭합니다. 아무 것도 아닌 사람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바울의 말 속에는 그들이 무엇을 할 것이라는 기대나 의무 같은 것들이 없습니다. 애초에 그런 것들은 우리의 신앙에서 끼어들 자리가 없었습니다. 바울은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나님이 기뻐하실지를 말하지 않고 하나님이 이 아무것도 아닌 우리를 통해 어떤 일을 하시는지에 대해서 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바울은 오히려 '자랑하려거든 주님을 자랑하라'고 말합니다. 자랑할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바울이 인용하고 있는 말씀은 예레미야 9장 24절의 말씀입니다.

 

오직 자랑하고 싶은 사람은, 이것을 자랑하여라. 나를 아는 것과, 나 주가 긍휼과 공평과 공의를 세상에 실현하는 하나님인 것과, 내가 이런 일 하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아 알 만한 지혜를 가지게 되었음을, 자랑하여라. 나 주의 말이다.”
(예레미야 9:24)

 

우리가 자랑할 것은 이스라엘과 같이 스스로 빈틈을 메우려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그것들을 실현하시고, 또 실현하기를 기뻐하신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냥 그 옆에서 겸손히 함께 걸으면 됩니다. 아무 것도 아닌 우리들이 할 것은 그것이 전부입니다. 인간의 인생이 복된 이유는 공백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나의 삶에 결핍과 공백이 있는 것 같다면 그 자리를 하나님을 위한 여백으로 남겨두십시오. 하나님이 하실 것이 있는, 여백이 남아 있는 삶을 하나님께서 복되다 말씀하실 것입니다.

 

깊은 묵상을 위한 질문
Q1. 나의 열심이나 종교적 행위로 무언가 부족한 것을 '채워야 한다'는 의무감이나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 영역은 없나요?



Q2. 내가 해결하려 애쓰다 지쳐버린 현재의 문제나 결핍을 '하나님이 일하실 영역'으로 바라본다면, 지금의 내 모습은 어떻게 다르게 보일까요?


Q3. 내가 애써 메우려던 시도를 멈춘 채 하나님이 들어와 일하시도록 비워두어야 할 내 삶의 구체적인 '여백'은 무엇일까요?


자신이 생각하는 답을 댓글로 달아주세요. 질문 등을 남겨주시면 답해드립니다.

 

함께 부른 찬양

내게로 오라(꿈이 있는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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